
🌤️ 아침 8시 반.
노란 조끼를 입고 정해진 자리에 서면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나를 알아본다.
“안녕하세요!”
몇몇 아이들은 달려오면서 손을 흔든다.
내 이름은 모르지만 내가 거기 있다는 건 안다.
🧍♂️ 처음엔 그저 신호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들과의 작은 루틴이 생겼다.
매일 하이파이브를 하고 가는 2학년 아이,
그날 급식 메뉴를 말해주는 5학년 아이.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며 웃는 저학년 아이들.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아침 공기가 조금 따뜻해진다.
📍 비 오는 날이면 걱정이 앞선다.
길이 미끄럽진 않을까,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진 않을까.
수신호를 보내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이들이 우산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조용히 내 쪽을 바라볼 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괜찮은 자리구나’ 싶다.
🧊 겨울엔 손끝이 시리고,
여름엔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가끔 허리가 욱신거리는 날도 있지만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나가야 한다는 긴장감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어떤 날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에 놀라기도 한다.
아이를 앞세운 학부모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볼 때면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가 안심한다는 걸 느낀다.
🕒 이 일은 단지 2시간짜리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
그 짧은 순간에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나도, 그들도 알고 있다.
🎒 요즘은 아이들 얼굴도 하나둘 익혀간다.
긴 생머리 아이, 앞니가 빠진 아이,
눈을 마주치면 씩 웃고 지나가는 형제도 있다.
그 아이들이 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하루가 잘 시작된 느낌이다.
☕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동네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산다.
익숙한 출근과 퇴근 루틴이 생긴 건 오랜만이다.
그 두 시간 동안,
나는 다시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 예전엔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당연히 내일도 이 자리에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묘하게, 든든하다.
멈춰 서 있는 이 두 시간은
나에게는 다시 걷기 위한 준비시간 같다.
직장이 아닌 자리지만,
여전히 나를 쓰는 ‘일터’임엔 분명하다.
👉 다음 편 예고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3편- 나를 바꿔준 하루 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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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네일에 사용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